서울살이 몇 해, 마트에서 쑥을 사고 달래를 골라보지만
**뭔가 빠져있다.**
그건 식재료가 아니라,
**사람의 손길**이 빠진 거였다.
얼마 전 시골 내려갔다가
동네 아주머니들 몇 분이 모여 **봄나물 캐러 간다**는 말을 듣고
뒤따라 나섰다.
그날, 나는 진짜 봄을 만났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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## 🌿 봄나물 캐는 손, 그리고 기억
구불구불한 논두렁 옆에서
아주머니들은 조용히 땅을 살폈다.
말은 없고, 손은 바쁘고,
허리는 굽었지만 눈은 반짝였다.
"이건 망초. 먹으면 약간 미끄덩한데 끓이면 괜찮아."
"여기 돌 틈엔 돌미나리 있어. 향이 세지."
이야기를 듣다 보면,
**봄나물 이름보다 그분들의 기억이 더 인상 깊다.**
“이거, 우리 엄마가 아플 때 꼭 해줬지.”
“저기 냇가 옆은 어릴 때 소 몰던 길이었어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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## 🍚 봄나물 밥상은 공동 작업이다
채집이 끝나면 마을 회관에 모여
쑥은 쑥대로, 미나리는 미나리대로 다듬는다.
누군가는 물을 끓이고,
누군가는 양념장을 만든다.
"참기름 아끼지 마. 봄나물은 기름에 향이 살아."
그 날 먹은 밥상은
**특별한 반찬이 없었는데도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다.**
된장찌개 한 그릇에,
각자 손으로 무친 나물 한 접시.
그 안에 각자의 삶이 담겨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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## 🌾 봄나물 이름보다 따뜻했던 그날
이날 내가 배운 나물은
씀바귀, 돌나물, 원추리, 망초, 유채순…
하지만 머릿속엔 나물보다
그것을 나눠주던 **사람들의 표정**이 남아 있다.
“요즘은 누가 이렇게 나물 무쳐 먹나 몰라.”
하면서도
자기 앞치마엔 흙 묻은 쑥이 가득했고,
손끝으로 잘라낸 뿌리에선
**봄보다 더 따뜻한 진심**이 났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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## 📝 나물 이름은 잊어도, 그 마음은 남는다
요즘은 냉이 이름보다
그걸 캐던 **어르신의 웃음소리**가 떠오른다.
쑥국 맛보다
그걸 나눠주던 **작은 손길의 따뜻함**이 생각난다.
봄나물은 그래서 특별한 것 같다.
**이건 혼자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다.**
누군가와 나눠야 하고,
같이 무치고, 같이 웃어야 완성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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## 🍲추억을 마무리하며
**봄나물은 음식이기 전에 이야기다.**
우리가 잊고 살던 자연의 이름,
함께 웃고 흙을 털던 자연의 냄새,
그리고 그 안에 숨어 있던 내 이웃의 숨결,
**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.**
마트에서 사는 쑥은 쉽지만,
그 쑥을 함께 다듬는 **관계**는 결코 쉽지 않다.
이번 봄엔,
봄나물 한 줌을 넘어서
**누군가와 나눌 이야기 한 사발**도 함께 담아보고 싶다.